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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으로 본 감정의 설계 (첫사랑, 감독, 결말리뷰)

by wany071802 2025. 7. 28.

건축학개론은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설계하듯 그려낸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의 설계’라는 시선으로 영화 건축학개론을 분석하며, 영화가 어떻게 첫사랑을 해석했는지, 이용주 감독의 연출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결말에 담긴 메시지를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축학개론 영화포스터

 

 

1.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

건축학개론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승민과 서연은 대학 시절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게 되며, 서툴고 조심스러운 감정들이 쌓이며 관계가 깊어집니다. 영화는 그 시절의 미묘한 분위기와 설렘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첫사랑을 단순한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해, 타이밍의 엇갈림, 그리고 결국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그 시절을 더 아프고 그리운 기억으로 남게 만듭니다. 이처럼 건축학개론은 ‘설계되지 못한 감정’으로서 첫사랑을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의 과거와 마주합니다.

특히 영화의 전개 방식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교차 편집을 사용해, 감정의 흐름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전달합니다. 대학 시절의 순수한 감정과,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의 어색함과 회한이 대비되며, 첫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됩니다.

2. 이용주 감독의 연출과 감성 구축

이용주 감독은 건축학개론을 통해 감정의 미묘한 결을 그리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 영화를 “기억을 건축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꿰뚫는 핵심 개념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과도한 드라마적 전개 없이, 일상의 공간과 시간을 통해 감정을 전합니다. 제주도의 풍경, 낡은 건물, 오래된 CD와 카세트테이프 같은 소품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또한 음악의 사용 역시 섬세합니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업한 배경음은 잔잔하면서도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며,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결정적인 장치로 작용합니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더라도 관객이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용주 감독의 절제된 연출은, 한국 멜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이는 관객의 기억을 자극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3. 결말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여운

건축학개론의 결말은 대다수 멜로 영화처럼 다시 사랑이 이어지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성인이 된 승민과 서연은 다시 만나 추억을 되새기지만, 결국 서로의 길로 돌아섭니다. 이 결말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서연은 결국 자신을 위해 지어준 집을 떠나고, 승민은 그녀의 마음을 뒤늦게 다시 느끼게 되지만, 이미 시간은 흘러간 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두 인물이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련이 아닌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건축이 완공되듯, 감정도 시간이 흐르며 완성되는 과정임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비록 설계도와는 다른 모습이 될지라도, 그 감정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결국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미화나 후회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감정을 품고 성장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결말은 그래서 슬프기보다 담담하고 따뜻합니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감정을 단순한 향수로 소비하지 않고, 하나의 ‘설계된 기억’으로 완성해냅니다. 이용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현실적인 결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의 설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시처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건축학개론을 다시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