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울림을 남기는 영화 가버나움 (줄거리, 해석, 연출기법)

by wany071802 2025. 7. 4.

《가버나움》(2018)은 나딘 라바키 감독이 연출한 레바논 영화로, 한 소년이 부모를 고소하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아동 인권, 가난, 난민 문제 등 중동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며 전 세계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품입니다. 사실적 연출과 몰입감 높은 연기는 감정의 여운을 오래 남기며, ‘사회의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버나움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모를 고소한 소년, 자인의 이야기

《가버나움》의 중심에는 레바논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소년 자인이 있습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동생들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동생 사하르가 강제 결혼을 당한 후 아픔을 맞이하자, 자인은 집에서 나오게 되며 이야기는 고조됩니다.
그는 법정에서 부모를 상대로 "나를 낳았기 때문에 고소한다"고 말하며 관객의 마음을 강하게 흔듭니다.
이 장면은 단지 상징적 연출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방임과 무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로 읽힙니다.
자인의 여정은 단순한 불행의 나열이 아니라, ‘존재의 권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며 깊은 사회적 의미를 전달합니다.

2.해석: 희망 없는 곳에서 외쳐지는 인간성

영화 제목인 ‘가버나움(Capharnaüm)’은 성경에서 유래한 단어로, 혼란과 절망이 가득한 장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곧 자인이 처한 현실이자, 영화 전체가 포착하고자 한 무질서하고 외면받는 세계를 상징합니다.
자인은 영화 내내 무력하고 고립된 위치에 있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특히 불법 이민자인 여성 라힐과 그녀의 아기 요나스를 돌보는 장면에서는, 자인이 인간으로서 무언의 책임감과 연대를 보여줍니다.
자인은 말수가 적지만, 그의 눈빛과 행동은 많은 감정을 품고 있으며, 연민, 분노,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선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3.연출기법: 사실을 극적으로 만든 디테일

나딘 라바키 감독은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주연을 맡은 자인 알 라피아는 시리아 난민 출신으로, 실제 배경과 연기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습니다.
카메라는 자인의 눈높이에 맞춰 움직이며, 마치 관찰자처럼 따라다니는 연출 방식이 특징입니다.
도심의 폐허, 거리의 혼란, 시장의 소음 등은 현장 그대로의 질감을 살려 다큐멘터리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법정 장면에서는 정적인 구도를 사용해 감정의 응축과 논리적 충격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감정 과잉 없이도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며, 현실을 드러내되 과장하지 않는 태도로 깊은 신뢰를 얻게 됩니다.

《가버나움》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닌, 차분하고 정확한 시선으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비추는 작품입니다.
부모의 책임, 아이의 권리, 그리고 제도의 한계를 모두 진지하게 다루며, 관객에게 깊은 숙고를 요구합니다.
그 울림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 남아, 단지 영화를 본 것이 아닌 현실을 마주한 경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가버나움 꼭 한번 시청해보시기 바랍니다.